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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FREE WRITING 2012/01/26 18:58

한마음 선생님의 약을 먹고 잠에 잠식당하고 깨어난 새벽 4시
눈을 뜨면 한 쪽 눈으로 보이는 시야와 다른 한 쪽 눈으로 보이는 시야의
채색이 다르다 한 쪽 시야가 다른 한 쪽 시야보다 네모세모지다 찌그러진 동그라미
같다
양 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크기 때문일까

몇 분간 억지로 윙크 연습을 한다 스탠드를 켜고 손거울을 집어들면 속눈썹이 몇 올
로 빠져있다

아주 약간 몸뚱이가 휘청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로부터 한, 두시간 가량 혼이 들락날락하는 상태로 차례차례 집안일을 해치우는데
몇 년전만해도 새벽 4시에 깨어나 알콜을 들이키곤 하는 음주벽이 있었다
여섯시 삼십분까지 소주 한 병을 천천히 비우곤 했다
여섯시 삼십분부터 시작되어야만 하는 집안일을 미소를 띄우며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한마음의 약 기운이 그런 음주벽을 대신한다
미소를 띄우며 집안일을 마무리하고나서 다시 매트리스 위에 드러눕는다
꿈 아닌 꿈, 생시 아닌 생시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꿈의 내용은 약잠에서 깨어나 시작되었던 집안일의 되풀이이다
꿈의 상영 시간은 대략 약 기운이 물러가기 전까지의 두세시간 가량 이어진다
등장 인물이 바뀌고 인테리어나 가재도구가 집의 것이 아니고
어떤 경우엔 장소가 바뀌어서 집이 아니라 병원이거나 식당이거나 백화점이거나 한다
형태가 일그러진 무서운 짐승과 나무와 지붕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마름모꼴의 돌들과 모자이크 스테인드 글라스가 그것들의 테두리를 장식하고 있
거나
지저분히 방치된 회색빛 정원을 가로질러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가죽 앞치마의
뚱뚱하고 늙은 아주머니
도 등장한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금이빨이 우박처럼
와르르 감은 눈알을 향해 쏟아진다거나 그 돌멩이들을 엎드려서 주워담고 있거나
꿈 같지 않은 꿈이어서 꿈 속에서도 집안일을 하고 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 라는
마태복음의 구절이 생각난다.
나는 양 쪽 눈의 시력 차이가 커서 한 쪽 눈으로 보이는 장면과 다른
한 쪽 눈으로 보는 장면이 짝짝이 달라보인다. 신정동에 이사를 오고서
동네 구경을 하느라 매일 아침마다 산책을 하였는데 신정네거리 한마음 정신과
란 병원
간판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마음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른 쪽눈으로는 이것을 보고 왼쪽 눈으로는 저것을 본다.
매일 매일 잠들기 전만이라도 나는 하나의 눈을 갖고 싶다.
인도인들은 깨달음을 얻었거나 최소한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중이라는 표
식으로 이마 중앙에 점(chakra)을 찍는다.


Posted by 사마리아